대전 연정국악원에서 첫 공연 관람

 

평소 국악원이 있는지도 몰랐으나, 직장 법인계정을 통해 예술의전당 공연을 관람하고

나오는 길에 팜플렛이 눈에 들어 무심코 집어들었고, 다음 날 호기심에 예매까지 진행.

 

원래 공연은 5월인가 6월이었으나 모종의 사유로 8월로 연기 (아마 코로나가 아니었을까)

 

일단 진입로부터 주차장, 그리고 국악원 건물로 이어지는 길이 너무 편하고

그 뷰 또한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주차장에서 내려 10m 는 걸었을까. 큐브형의 몽환적인 건물이 문을 열어둔 채 기다리고 있다.

야근을 하다 약간 늦어서 사진을 급하게 찍고 후다닥 들어갔는데 KF94 마스크만 허용된다고 새 마스크를 지급한다.

화장실에서 갈아 끼고 나오라고 해서 후다닥 표를 찾고 화장실을 갔다오니 이미 시작 시간은 넘었고..

이곳은 공연시작 직후 출입에 엄격해서인지 내부상황을 수시로 무전으로 확인하고 적당한 타이밍에 입장을 허가해준다.

 

그렇게 기다리는 와중에 성별에 관계없이 직원들 네이비색 한복 유니폼이 너무 이쁘다 ㅎㅎㅎ..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입장은 허락 받았는데,

다만 나는 중앙 앞자리 였는데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될 수 있으니 적당히 빈 자리로 안내 받음 ㅠㅅㅠ

 

대전연정국악원 큰마당은 대략 이렇게 생겼다

대전연정국악원 큰마당. 아래 직원분의 유니폼이 살짝 보인다

 

 

내가 막 들어갔을 때는 아마 공연들이 으레 그렇듯, intro, 우리말로 바람잡이쯤 될 만한 공연이 진행중이었다.

장구와 비트박스의 듀오로 흥을 돋구는 장면은 그 자체로 오늘 공연의 인트로이자 티저였다.

 

 

  Korean Orchestra

 

첫 스타트는 3대의 장구가 만들어내는 합주

익숙한 장구로 3인의 연주가 속주로 이어져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만들다가

후반부에는 해금, 아쟁?, 거문고 등의 세션이 우리의 소리 오케스트라를 이룬다.

 

 

  연주와 질주

 

대북, 북, 장구의 향연

4명의 연주자가 7개?의 북을 앞에두고, 함께, 또 따로 치면서

동시에 단지 연주 뿐만이 아니라 칼군무와 어우러지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요즘으로 치면 드럼비트만으로 그 드럼연주자들이 칼군무로, 가끔은 웨이브로, 때로는 1대다로 순간적으로 전환하면서

듣는 즐거움에 이어 말그대로 '질주'하는 4인의 드럼 레이스 연주로 보는 즐거움도 자극한다.

 

드럼의 속주는 굉장한 익사이팅을 안겨주곤 하는데 4인의 연주자가 일직선 드럼 한 세트를 치는 상상을 해보라.

그리고 그것이 속주와 웨이브로 이어지는 장면은 이미 절정과 다름 없다.

문외한이 봐도 정말 엄청난 노력과 피나는 연습이 있었으리라 느껴질 정도인데 실제로는 얼마나 더 많은 시간과 땀이 녹아있을까.

 

그외에도 상모돌리기와 원반돌리기는 행여나 밟지나 않을까, 떨어지지 않을까

열심히 치던 박수도 순간 멈추고 조마조마하게 만들며 짜릿함을 더했고,

특히 원반돌리기는 부채에 올려 빙글 도는 장면에서 정말 나도 모르고 탄성이 터졌다.

 

 

  화합, Balance or Harmony

 

그리고 순서는 앞쪽이었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대목, 듀오 공연을 빼 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우리 국악이 걷고있는 길을 보여주는것 같은 콜라보 세션.

 

장구와 상모를 갖춘 전통적 국악인 복장의 남성 연주자.

신디 기타(기타의 형태를 한 키보드)를 매고 홍대를 연상케 하는 힙한 복장의 여성 연주자.

 

어떠한 다른 백업 없이 오롯이 이 둘의 연주가 이어진다.

 

큰 무대.

두 개의 색.

국악과 서양악기의 화음.

이 때 마주보는 두 연주자.

각자 떨어지는 2개의 하이라이트 조명.

 

부드러운 표정과 몸동작으로 비트를 깔아주는 장구의 남성 연주자.

여기에 에너제틱한 신디가 뽑아내는 강렬하고 날카로운 리듬은 여성 연주자의 몫.

 

이는 어쩌면 우리 국악이 걷고 있는 길을 보여주는 것 같다.

 

외유내강으로 대표되는 부드러운 민족정서를 남성을 통해 제시하며

자유와 개성, 강렬함 등을 전통적으로는 이것들이 제한되었던 여성을 통해 제시한다

 

심지어 기타처럼 메고 나온 악기도 사실은 키보드고

그마저도 피아노도 아닌 신디사이저라니!

그야말로 혁명, 고정관념 박살.

 

  동행 선언, 개방과 포용

 

물론 나 혼자 투머치로 갔을 수도 있다.

 

다만 전통적인 국악 공연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광경이 낯선 반가움을 불러낸다.

어찌됐든 남성과 여성 연주자로 인해 표현되는 과정에서

'전통'의 음악으로 여겨졌던 국악 무대에,

어느 불편하신 어르신들이 혀를 끌끌 차실 것만 같은 모습으로 만들어내는 연주

국악의 유쾌한 반란.

 

남성과 여성 얘기가 나온김에,

결혼이라는 과정도 그렇지 않나 싶다.

인생의 반에 약간 모자란 약 30년 정도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였던 두 문화(집안)가

하나가 되는 과정.

 

  "이제부터 우리는 두 문화를 이렇게 그려보겠습니다."

 

이렇게 선언이라도 하는 듯한 느낌.

 

우리가 품고 있던 곳에,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온 '다름' .

배척하고 경계하고, 밀어낼 것이 아니라

그를 포용하고 사랑하며 함께 나아갈 길을 찾는 것이 아닐까.

 

국악을 '코리안 클래식' 이라고 한다면

서양 클래식도 쉬운 예로 재즈나 이루마의 뉴에이지 등으로 대표되는 현대음악으로 이어졌듯이

우리도 전통국악이 아닌 현대국악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지 않을까

'클래식'도 존재하고 '뉴에이지'도 공존하는 그림.

 

 

 코리안 클래식 밴드, 궁극의 공연가

 

종합하자면, 전반적으로 이번 공연의 느낌은 이랬다.

보통의 크로스오버 공연이라고 하면 크게 2가지 종류가 있다

   1. 국악 베이스에 서양 악기를 얹은 쪽과,

   2. 서양 베이스에 국악 악기를 얹은 쪽.

가까운 예로 이날치밴드가 2였다면 이번 공연은 1에 조금 더 가까운 느낌이었는데

때로는 밴드 같기도 하고 때로는 퍼포먼스 공연 같기도 하다.

 

비유하자면 비보잉, 팝밴드가 아니라 요즘 핫한 애국네이밍을 곁들여 K보잉, K밴드가 아닐까 싶다.

 

마침 시즌1부터 즐겨보고있는 JTBC 슈퍼밴드2에서

최근 국악인 박다울 아티스트가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번 공연은 제대로 '코리안 클래식 밴드'의 날개짓을 보여주는 것 같다.

 

자신이 직접 비트를 뽑아내는 비보잉,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뽑아내는 밴드 세션.

 

비보잉이 진행될 때는 악기는 비트를 받쳐주다가

악기가 치고 나올 때 비보이는 나무와 시냇물이 되어 잔잔한 배경이 되어준다.

이번 공연은 이걸 동시에 하고 있는 것이다.

연주자이면서 동시에 안무가. 

 

어쩌면 'Performer' 의 완전체는 국악이 아닐까.

 

 

 

정리해보자면

최근 슈퍼밴드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메탈밴드 크랙샷의 공연을 보고 유희열이 이렇게 평가한다.

 

     "분명 옛것인데, 촌스럽지 않고 힙하다."

 

비보잉 강국 한국, 그 속의 DNA,

그래 우린 원래 흥의 민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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